[우리말 바루기] 범행을 재현한다고?
“정조가 수원 화성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‘재현/재연’하는 행사가 열렸다”에서 재현과 재연 중 어느 것이 맞을까. 당시 왕실 행렬을 원형대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‘재현’이란 말이 어울린다. ‘재현(再現)’은 다시 나타나는 것이나 다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. ‘재연(再演)’은 한 번 했던 행위나 일을 되풀이함을 이른다. 능행차 행사 도중 관계자가 낙마한 일에 대해 “이런 아찔한 사태가 재연되지 않게 주의하겠다”고 말할 수 있다. “고대 마을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”처럼 모습·상황을 그대로 다시 보여 줄 때는 ‘재현’, “현장검증에 나선 피의자가 범행을 재연했다”와 같이 행위·일을 반복할 때는 ‘재연’을 사용하면 된다. 두 말 중 어느 것이 와도 무방할 때도 있다. “비행기 사고 당시를 재연하다”의 경우 사고 원인을 밝히고자 모의실험 등을 통해 조종사의 기기 조작 등을 되풀이해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. “비행기 사고 당시를 재현하다”의 경우는 실제 사고 상황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해 놓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.우리말 바루기 재현 비행기 사고 수원 화성 고대 마을